포르투갈은 유럽의 서쪽 끝, 대서양을 품은 작고 조용한 나라입니다. 리스본이나 포르투처럼 유명한 대도시를 벗어나면,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고요한 소도시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따라 걷고, 오래된 돌길을 지나며, 사람보다 풍경이 말을 거는 그런 여행지. 이번 글에서는 그런 포르투갈의 감성 소도시 4곳을 소개합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스며드는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오비두스 (Óbidos) – 성벽 안에 갇힌 중세의 시간
오비두스는 리스본에서 약 1시간 반 거리, 하얀 성벽 안에 감춰진 중세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부터 고풍스러운 석조문이 반겨주고, 안으로 들어서면 돌바닥 골목과 흰 벽의 집들, 붉은 기와지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오비두스는 규모가 작지만,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줍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수공예 가게, 작은 서점, 초콜릿 가게들이 반겨주고, 특히 포르투갈식 체리 리큐르인 ‘진자(Ginja)’를 초콜릿 컵에 따라주는 노점이 인기입니다.
오비두스는 연간 여러 문학축제와 예술축제가 열릴 정도로 문화적으로도 깊이가 있는 곳입니다. 도시 전체를 천천히 도보로 한 바퀴 도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하며, 낮보다는 저녁 무렵 조용한 조명이 켜질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숙소는 마을 안팎의 게스트하우스나 고성 호텔(Pousada)을 선택해 하룻밤 묵으며 감성을 더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2. 라고스 (Lagos) – 절벽과 파도가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 지역에 위치한 라고스는 드라마틱한 해안 절벽과 숨겨진 해변으로 유명한 소도시입니다. 여름철 유럽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휴양지이지만, 이른 봄이나 가을의 라고스는 한적하면서도 햇살이 따뜻해 감성적인 여행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특히 ‘포ンタ 다 피에다데(Ponta da Piedade)’라는 해안 절벽은 새벽녘이나 해 질 무렵, 해가 바위 사이로 스며드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도심은 작고 아기자기합니다. 하얀 벽의 골목길,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그리고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라고스는 여유와 조용함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이들도, 느긋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연인들도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죠. 도시 외곽에는 다양한 트레일과 조용한 해변도 많아 ‘걷기 여행자’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3. 아베이루 (Aveiro) –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운하의 도시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아베이루는 운하와 곤돌라(모라이스) 그리고 파스텔톤 건물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수변 도시입니다. 포르투에서 기차로 약 1시간이면 도착하며, 도착하자마자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와 오색찬란한 배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베이루는 규모가 작아 도보로 여행하기에도 무리가 없고, 특히 해질녘 운하 위로 반사되는 색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현지 디저트인 ‘오보스 몰레스(Ovos Moles)’는 꼭 먹어볼 만한 특산품입니다. 달콤한 노른자 크림을 얇은 웨이퍼 같은 껍질에 담아낸 간식으로, 아베이루에서 유래된 디저트죠. 도심 외곽에는 코스타 노바라는 해변 마을이 있어 스트라이프 색의 알록달록한 해변 집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반나절은 거기서 보내도 좋습니다.
4. 모르티과 (Mortágua) – 알려지지 않은 내륙의 고요한 마을
모르티과는 대다수의 여행자에게조차 생소한 마을입니다. 포르투갈 중부의 내륙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여행지보다는 ‘삶의 공간’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작은 광장과 오래된 성당, 그리고 마을을 흐르는 시냇물과 언덕 위 풍차가 어우러져 포르투갈의 진짜 일상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도시 중심에는 전통 시장이 열리는 날도 있어, 여행 중 현지인들과 섞여 장을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숙소는 많지 않지만, 몇몇 농가를 개조한 민박이 있어 ‘살아보는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됩니다. 모르티과는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저 걷는 시간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

마무리 – 느리게 걷는 여행이 남기는 것들
포르투갈의 소도시는 ‘무언가를 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그 안에 머물며 천천히 걷고, 낯선 골목을 스치며 바람을 맞는 순간들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오늘 소개한 네 곳은 모두 포르투갈이 가진 감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들이며, 유명 관광지보다 더 조용하고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여행지입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정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 포르투갈의 감성 소도시에서 그런 여유로운 여행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여러분만 알고 있는 조용한 유럽 소도시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여행은 나눌수록 더 풍성해지니까요 :)
'여행 > 해외 소도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남아에서 조용히 머물기 좋은 소도시 4선 (7) | 2025.06.04 |
---|---|
대자연부터 예술 감성까지, 미국 소도시 추천 여행지 4선 (3) | 2025.05.19 |
스페인 감성 소도시 여행지 4곳|유럽 속 여유를 걷다 (4) | 2025.05.16 |
일본 소도시 감성 여행지 추천 TOP 4 (0) | 2025.05.13 |
유럽 대도시 옆, 숨겨진 감성 소도시 여행지 4선 (3) | 2025.05.10 |